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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은여기에남겨

2009년 9월 즈음


누군가, 어느 예언자가 2009년에 많은 유명인사들이 유명을 달리할 거라고 했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리고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고에는 조의문조차 올리지 못했구나.)
이곳 필리핀에서는 얼마전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더니, 얼마전 이글레시아(식민치하 카톨릭이 대부분인 필리핀에서 자생한 종교랄까) 설립자가 사망해 며칠씩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다. 뭐 내가 아는 정도라면.
음 마이클 잭슨도 있구나. (한국에선 영화배우 장진영?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은 작년에도 연예인 사고가 많았다)
어쨌든, 이러한 소식들로...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다음주 수찬이의 유치원에서 Family Day라고 행사가 있다한다. 준비를 위해 팀별 미팅을 하자해서 갔더니만, 댓명 와있는데 모두 '아빠'들이었고, 한 명의 '엄마'가 있었으나 그사람은 남편과 동반, 거의 회의에는 발언하지 않았다. 자기네들끼리 따갈로그로 한참 떠드는데, 팀별 배너와 구호를 정하자는 것 같았다(주요 단어는 영어로 말하기 때문에 대충 감만 잡음). 참 대단한 원더걸스인 것이, 팀별 구호에 누군가 '노바디'를 이용해 만들자고 한다. 얼추 회의가 끝나갈 무렵 나보고 따갈로그를 아냐고 묻는다. 내 모른다 했더니만, 코리안이냔다. 그렇다고 하니 나보고 대뜸, 그럼 노바디를 불러라. 뭐 이런 분위기였다. 무지 화끈거리는 상황이었지만 에어콘이 너무 쎄서 열은 나지 않았다.


아들넘은, 아들이기 때문인지, 트랜스포머, 지아이조를 연거푸 보더니 매일 쉥쉥 소리를 내며 로봇을 가정한 자동차끼리 부디치고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쏴대고 한다. 정말 총같은 것은 사주고 싶지 않았으나 하나뿐인 손주를 예뻐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선물받게 되었고, 종이 말아 놓은 것만으로도 칼 휘두르는 흉내를 내니, 어쩔 수 없는 남자아이인가보다 하며 한숨쉬고 있다. 오늘도 녀석의 돌같이 단단한 머리-일명 돌머리-로 들이받혀서 얼굴이 얼얼하다.

일상이 썩 편치만은 않지만
또 그다지 나쁠 것도 없이 그럭저럭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