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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Legazpi - Donsol 여행(1)

항상 여름인 필리핀에도 여름이 있다. 지금이 여름이다. 아이들은 방학을 했고, 거리를 걸으면 살인적인 태양빛이 금방이라도 구워삶을 듯이 내리쬔다. 이런 때는 좀 도심을 벗어나 줘야한다.(라는 핑계를 댔지만 늘 덥다는 핑계로사실 한 달에 두 번 이상 다이빙을 갔었으니..-_-;;)
필리핀 거주 2년이 다 되도록 보라카이 한 번 못가봤다고 투덜대다가 이번 여름에 국내선 항공기(Cebu Pacific)를 처음 타고 여행을 갔다. 원래 목적은 루손섬을 벗어나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루손섬 끝자락에 있는 돈솔로 가게 되어 루손섬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마닐라 공항에서 신이 난 수찬

돈솔은 고래상어(whaleshark)로 유명한 곳이다. 어류 중에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는 고래상어는 큰 덩치에 비해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온순한 종이라서 사람들이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필리핀 돈솔 지역에 많이 출현해 돈솔은 고래상어 관광으로 유명해졌고, 현재 많은 BIO(Butanding Interation Officer)들이 Butanding(부탄딩, 그 지역말로 고래상어)으로 안내하고 있다.
돈솔을 가려면 마닐라에서 차로 가거나(열 서너 시간 걸린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야한다. 비행기를 타면 레가스피(Legaspi혹은 Legazpi라고도 씀)로 가서 다시 차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를 가야한다.

레가스피는 마욘화산(Mayon)으로도 유명하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날 구름 한 점 없어 마욘화산의 위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분화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사실 마욘 화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화산이다.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뺏기기도 했지만 접근 금지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돈솔 읍내(읍내란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에 위치한 giddy's place란 곳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돈솔에서 카드를 받고 wifi가 되는 유일한 숙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녁시간에 서양인들이 바글바글 하더라.

돈솔 주변 해안가를 돌아보니, 이렇게 수상가옥(?)들이 있었다. 이렇게 삶이 궁핍하여도 늘 웃는 필리피노들에게 가끔 존경스런 마음도 들기도 한다.


돈솔 해안가 맹그로브 숲에 가봤다. 이 나무는 바다물(염분이 있는 물)에서 자라는 열대 나무로 유명하다. 숲으로 들어가는 대나무 다리는 위태롭기 그지 없었다. 정글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덥고 위태롭다보니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숲을 통과하고 나오니 해안가가 나왔다. 물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화산 지역이라 그런지 화산재 같은 것들이 섞여 있는 모래사장이었다.


해안을 돌고 나니 발이 모래 천지가 됐다. 마을 입구에 서울에서 70년대에 보던 펌프가 있었다. 아이들은 펌프질이 재미있는 지 한참을 땡볕에서 펌프질 했다.

첫날인 오늘은 그냥 마을을 돌아보고 저녁에 반딧불 관광을 가기로 했다. 여느 필리핀 마을이나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는 광경들이었지만, 사람들도 평범하고(외국인 관광객을 봉으로 보는 마닐라 주변과는 달리)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어서 사진 찍기 부담이 없었다.

코코넛을 말리는 아저씨. 코코넛 말린 것은 훌륭한 땔감이다.

      빵가게와 작은 간이식당.


무슨 일이 있는지 마을 사람들이 길에 나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잔뜩 모여 있었다. 누가 무엇이 오고 있는걸까? 4월 중에는 부탄딩 축제도 많았던 것 같은데 우리는 축제를 직접 보지는 못하고 준비하는 듯한 아이들만 보았다.

반딧불 관광을 위해 간 선착장에는 마을 사람들이(보트맨들일까?) 저녁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강 하구에 정착해 있는 배들. 저 배를 타고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반딧불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 재미있다. 배타는 재미랄까.


어스름이 깔리고 배는 출발할 준비가 되었다.


일광이 채 가시기 전, 하늘에 별 하나가 반짝거렸다. 이후의 사진은 모두 노출 부족으로 건지지 못했다. 이럴 땐 똑딱이만으로는 아쉽다. 같이 간 분은 하늘의 북두칠성, 반딧불이도 다 찍으셨다. 하늘엔 정말 별이 많았고, 땅위엔 반딧불이가 별처럼 반짝였다. 몇몇 나무에 모여있는 반딧불이 덕분에 그 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사진은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 모두 고래상어(Butanding) 그림이다.


다음날은 만타볼에서 만타레이를 보기 위한 다이빙이, 그리고 세째날은 드디어 고래상어다. 기대하시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