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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은여기에남겨

한 달

필리핀에 되돌아 온 지 한 달이 되었다.
어제는, 서울에서의 약발(냉기)이 떨어졌는지 영 비실비실. 그러나 밥 많이 먹고 많이 자고 나니까 괜찮아졌다. 글쎄, 더위 탓일지 밥하기 싫어 과자같은 걸로 때운 탓일지. 어쨌거나 같은 콘도 사는 이웃님도 몸이 으슬으슬하고 식은땀이 난다고 한다.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환율이 1500원을 다시 돌파했다. 걱정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당장은 큰 돈 쓸 일이 없어 다행이라고 위안해야지.
그래도 지난 번보다 훨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가끔 라디오에서 들리는 필리핀 음악이 흥겹고, 이들의 축제도 시시하다고 코웃음치기보다는 즐겁게 보고 있다.
찬이의 유치원에서 알게된 필리피노 학부형한테서 그림을 선물 받았다. 이사가면 집에 걸으란다. 당장은 답례를 뭐로 해야하나 고민이지만, 어쨌든 여기와서 선물도 받고 넘 뿌듯했다. 집에서는 그동안 드라마를 두 개 떼었고(바람의 화원,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화를 두개(다빈치코드, 공공의 적 1-1) 보았다. 좀 더 구해서 보고 싶은데. 과속스캔들, 워낭소리... 뭐 일단은 화제에 오르내리는 것들. 워낭소리나 똥파리 같은 것은 여기서 구하기 힘들겠지.
아침마다 꽃남에 빠져산다. 인터넷이 느리다보니, 그나마 빠른,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아침에 끊어서 조금씩 보게 되었다. 덕분에 남편을 집에서 보는 시간이 얼마 안되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지. 우하하.
그동안 남편한테 아침 챙겨주지 못한 날이 며칠 되는구나. 쪼금 미안해진다.
찬이를 오전반으로 옮겼고, 덕분에 하루의 시작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와인의 기쁨을 다 읽어가고 있고, 르클레지오의 조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새로 만난 가족이 좋아서 즐겁다. 그 집에서 밥을 두번, 우리집에서 또 두번, 그렇게 같이 식사를 했다. 찬이와 그 집 아이들이 어울릴 때면 늘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이 희망.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그들과 S&R이라는 창고형 대형 마트를 가봤다. 우리나라 코스트코 같달까. 많이 먹지 않는 우리 식구들에겐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소중하다.
에또,

한달 동안 참 잘 놀았구나. 이젠 그만 놀아야하지 않을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