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근대기 한국의 '윤치호'라는 인물에 대해 찾아본 적이 있었다. 백과사전에서 처음 나오는 설명은 '친일인물 사전에 등록된 인물'로서 '친일파'로 규정하고 시작한다.
이 윤치호는 얼마전(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나 무지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문창극'이라는 작자가 인용하는 바람에 한겨레에서는 아주 몹쓸 친일파 인사로 그렸다.
다시 그에 대해 찬찬히 바라볼 필요가 있어서 (사실 백과사전 내용이라 하기엔 너무 길었다. ㅠㅠ) 그의 일생 전반에 대해 대강의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나니 그냥 단순히 친일파로 규정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의 집안이 워낙 빵빵한 집안(관련 집안 사람 이야기를 하면 더 길어지니 이건 나중에 기회되면)이었기에, 맘만 먹으면 당시 좋은 대우를 누리며 편하고 팔자좋게 살 수 있었으나, 개혁정신을 가지고 조선과 대한제국의 편에서 일했다. 자신의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하고, 교육시설도 지원했다. 무엇보다 그는 노예해방에 앞장섰고, 그가 관리로 임했던 마을에서는 그를 존경했다. (그리고, 애국가의 작사가이기도 하단다)
그는 해방 직후 사망하게 되는데, 그가 친일인사로 공격을 받은 것은 일제침략 말기에 일제를 옹호하는 강연을 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지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친일인사로 규탄받는 사람들을 옹호한 때문이었다.(그러나 그는 신사참배를 피하고 내선일체를 비판하는 등 일제에 협조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혹자는 자신의 조국에 대해 너무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 민족의 역량을 과소평가, 독립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대강 내 머리에 남은 내용은 이렇다.)
물론 어떤 텍스트를 보느냐에 따라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인지 위키는 너무 많은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ㅠㅠ (중복도 너무 많고 글이 정리가 안돼 있어 거의 해독수준.) 내가 한겨레에 실린 기사만을 보고 윤치호를 그냥 매국노 혹은 친일파(진정한 매국노라 할 수 있는 윤덕영과 먼 친척관계였기에 오해했음)로 규정했다면, 나머지 그의 공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모르고(혹은 무시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윤치호에 대한 설명, 그의 일생 전반에 대한 내용을 읽고 났을 때, 친일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나머지 부분을 가릴만큼 의 정도인가, 그래서 그를 '친일파'라는 단어로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한 편 씁쓸하다. 그렇게 '친일'로 규정해 놓으면 대부분은 친일=나쁜놈 으로 규정해버리고 말것이다. (민족의식 고취하는 교육은 좋지만 이런 이분법은 좀...ㅠㅠ )
사실 나처럼 저걸 다 읽어볼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게다가 저 한겨레의 기사는, 문창극 공격용인거 같아 객관성이 없다. 실망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흑백 논리에 너무 강하고, 편 가르기를 좋아하다보니, 그리고 어쩌면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으나,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편에서 볼 때 그는 미운털이 박혔을 것이 뻔하니, 바로 친일파로 규정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독립유공자들에게 돌맞겠다 ㅠㅠ)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윤치호가 독립운동가들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가 그들을 '선량한 민중을 선동하는' 자들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가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일부 독립운동을 하던 인물들이 해방후 정권을 잡고 행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라.
친일로 비난을 받으려면, 적어도 그 기회를 이용해서 더 나은 자리, 더 나은 상황으로 가게 됐을 때라야 하지 않을까? 그는 당시 자신의 좋은 자리, 상황을 이용해서 나라를 위해 일했다. 그러나 지지부진하고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조국...그에 실망할대로 실망하여 자포자기, 결국은 냉소하게 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지금 대한민국에 냉소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사람의 인생을, 공적이 훨씬 많음에도 '친일'이라는 이름으로 단칼에 폄훼하거나 간과해 버린다면 그것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훨씬 급변하고 혼란스러웠을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나는 윤치호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 그저 백과사전에 적힌 내용을 가지고 이렇게 떠들고 있다. 위키에 실린 내용은 다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떠들기 전에 제대로 알아봐야 하는데, 그래서 일단 공부하겠다고 이렇게 뱉어놓고 본다.
한말의 역사는 솔직히 너무 복잡하다. 한 명의 영웅이 이끌어간 시대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공부하기 지랄맞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