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분을 만난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인연은 짧았으나 첫 인상이 너무나 강렬하여 잊을 수가 없다. 분명 싱글싱글 웃고 있는데 눈이 막 번쩍번쩍하는 것이었다. 농담으로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엄청난 내공이 쌓여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 사이 몇 차례, 조그만 일이 관계되어 더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뵜을 때의 그런 강렬함은 차차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는 지적이었고 날카로왔다. 늘 웃는 모습이었지만 그 날카로움은 숨겨지지 않았다.
그가 암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걸린 걸 알았다면 회생이 불가하다는 담도암.
많이 울었다. 나와의 인연은 한 손으로 꼽을만했다. 그런데 그를 생각하면 울컥울컥한다. 투병생활 몇달이 되지 않아 그는 생을 마감했다. 한편으론, 참 그 분 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너무 아쉽다고, 너무 억울하다고, 이제 정말 제대로 생각 펼치며 살 수 있을텐데 왜 벌써냐고 화가 나기도 했다.
가족들은 더 버텨주기 바랬지만, 버틴다고 나아지는 게 없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으랴 생각했을 것이다. 간병으로 정떨어지기 전에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편 부럽기도 했다. 아이들은 독립할 수 있을 정도로 다 키웠고, 적당히 앓아서 주변에 정리할 시간도 좀 주고, 정은 아직 안 떨어졌을 만큼의 시간 즈음에, 그렇게 떠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분이 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요즘도 문득문득, 그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살자고 다짐해보는데, 잘 되지 않는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직도 부족한게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