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은여기에남겨

와퍼주니어를 먹다. _ 일주일 전

minimalb 2008. 6. 18. 01:14

점심 먹을 시간이 안될 것 같다고 깨달았을 때
마침 눈에 띈 것은 버거킹이었다. 와퍼를 먹은지가 몇 년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그걸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근의 식사량을 감안해서 선택한 와퍼 주니어.
구내 식당 밥값의 1.5배를 주고 구입한 와퍼주니어는 나쁘지도, 그리 빼어나지도 않은 와퍼 맛이었고
길을 걸으며 한 손엔 콜라, 한 손엔 와퍼를 들고 불편하게 나아가다가 문득
'이거 먹고 십년 쯤 후에 광우병에 걸리는 거 아냐?'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러나 알게 뭐냐. 과연 10년이 지난 어느 날, 내가 정신적으로 이상한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게 오늘 먹은 와퍼주니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도 별로 생각지 않거니와) 실제 그렇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얼핏' 들으면  쇠고기를 먹기만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번 협상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또한 이번 정부의 일들에 대해 의심스러운 것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은 '쇠고기'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쇠고기'이야길 하는 것은 비정치적인, 기본생존권에 관한 문제이고, 정부의 협상진행방식이라든가 대응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이기 때문에 뭔가 꿍수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즉 쇠고기 이야길 하는 사람들은 순수하다는 느낌을 주고.) 그런데 촛불문화제(시위라고 하지도 않더라) 참여자들이 국정현안을 이야기하는 정치적인 방향을 갖자 참여자가 줄었다지? 참여자가 준 것은 그 때문인가, 그냥 쫌 너무 오랫동안이었기 때문일까. 라는 생각도.

이도 철지난 이야기인 듯한데, 정선희가 시위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사과를 하고 방송에서 하차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사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뉴스에서 수많은 촛불을 보았을때 나는 찡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정선희가 한 발언이 내게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비하하는 발언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인터넷상에선 난리가 났다고 하고, 또 그녀를 옹호한 사람마저 마녀로 몰고 있다고한다. 내가 인터넷상에 또 이런 글을 쓰면 나도 수많은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고  다 지나간 일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해봤자라는 생각도 든다. 이 생각을 한 게 일주일 쯤 전인 것 같다. 
왠지 조류독감이 한창일때 닭고기가 땡기고, 이렇게 사람들이 조심해야한다고 할 때 햄버거 먹어주는 나로서는 일단 생각과 시간이 났을 때 쓰는 거구,
촛불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을 둘 다 친구로 둔 나로서는, 글쎄 내가 열렬한 육류 소비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쇠고기 먹고 광우병걸릴까 하는 것보다 유가 급등과 물가 급등이 더 걱정이고, 대기오염과 환경오염이 더 걱정이고, 뭔가 회전축을 잃어버린 듯한 자본주의 사회의 나아갈 방향도 걱정이고,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되는 것도 걱정이고, 교육열에 치달아 한달에 몇 백 만원을 아이한테 들여야하는 사회가 걱정이고, 빈익빈부익부가 되어가는 사회에서 내가 빈자에 끼었을 때 제대로 대처하고 살 수 있을까도 걱정이고, 나이든 부모님이 할 일 없고, 하릴 없이 늙어만 가시는 것도 걱정이고, 나역시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고, 당장 코앞에 닥친 내 실직상태가 걱정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광화문과 시청에 가지 못했다. 혹은 않았다. 고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